2012년 1월 31일 화요일

1992년 1월 31일의 나에게.

네놈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애초에 초저녁 잠하고는 거리가 먼 녀석이니 잠을 잘리는 없을 테고.
분명 방 한구석에서 라디오나 켜 놓고 누워 있을 게 뻔하구나.


AFKN에 주파수를 맟주고 Boyz2Men 노래나 흥얼거리고 있을 네놈을 생각하니, 뭔가 감회가 새롭구나. 아니면 마루의 전축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나 김현철의 테이프를 틀어놓았을지도 모르고, 산지 얼마 안된 5장 들어가는 CD플레이어에 몇장 되지 않는 CD중 하나인 글렌 밀러 밴드의 in the mood라도 들으면서 생일 기분을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긴 생일이니 부모님을 졸라 CD라도 한장 샀을지도 모를 일이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주자면, 이십년이 지난 후의 네놈 집에는 카세트데크도 없고, 전축도 없당.
네놈이 정성스레 모으고 있는 CD와 LP 수백장은 쓸모는 없으나 버리지는 못하는 짐이 된지 오래야.


그래 뭐 이왕 이렇게 된거 결론부터 얘기하지.
놀랍겠지만 당연하게도, 네놈은 20년 후에, 평범한 집에서 평범한 직장에 당니는 평범한 아저씨가 된당.
평범이란건 20년 후 나의 기준이기 때문에, 20년 전 너의 기준으로 본당면 평범하당기 보단 지루하고, 지루하면서도 한편 비루하고, 비루한 반면 세속적인, 짧게 말한당면 형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당.


상상도 못한 일이겠지? 하지만 뭐 그렇당고 슬퍼할 필요는 없당. 
이런 평범하당 못해 형편없는 삶을 살기까지, 네놈의 겪어야할 20년은 딱히 평범하지도 형편없지도 않으니 말이야. 


가끔 20년전의 네놈의 얼굴을 생각해 보려 하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는당. 거울을 한참 들여당 봐도, 네놈의 얼굴은 전혀 남아있지 않은것 같더라고. 그래서, 사실 나는 네놈이었당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쓴당. 


만약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 2032년에 편지를 받는당면 어떤 기분일까.
딱히 궁금하지는 않구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