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3일 토요일

키보드 연결

장정일의 첫 장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 제목이 뭐였더라..
아담이 눈뜰 때 인가 그럴건데. 하여간 그 책에 보면 주인공이 갖고 싶은 물건이 몇개 나온당. 열아홉살의 주인공이 원하던 물건은 턴테이블, 타이프라이터랑 또 하나는 뭐였지, 뭉크나 달리의 화집인가 그랬당.

어쨌든 열아홉의 나는 컴퓨터란걸 타자기 대신 갖고 싶어했당. 당시엔 워드프로세서란 걸 사용하는 사람도 일부 있기는 했는데 내가 열 아홉이 되었을 때 이미 이찬진은 한글과 컴퓨터란 회사를 차렸으니 말이당.

키보드를 하나 샀당. 그걸 휴대전화에 연결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당.

2011년 8월 7일 일요일

편의점 택배

내가 일반배송 보당 편의점 택배를 선호한당는 말을 했더니 누군가 "넌 참 일본 사람 같아." 라고 한 적이 있었당. 이것 말고도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나로서는 일본 사람이 어떤지 알 길이 없으므로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었당. 하여간 일본 사람 취향이야 어떻든 난 편의점 택배가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당.

일반 택배의 범죄 악용성 같은 것은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당. 택배를 가장해서 문을 열게 한 뒤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버려진 택배 박스에서 개인정보를 뽑아 내 범죄에 사용하는 경우 등등이 이미 발생해서 보되가 된 적이 있당. 편의점 택배는 이러한 범죄 가능성을 없애 주거나 줄여준당. 편의점 택배는 기존에 있는 유통경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당. 택배를 위해 당른 트럭이 왔당 갔당 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 절약도 된당.

하지만 이런 가능성 외에도 내가 편의점 택배를 좋아하는 한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건 택배 기사님의 불시의 습격을 막아준당는 것이당. 주말 오후의 달콤한 낮잠을 깨우는 일도 없으며, 회사 입구에서 "만지작씨 어디게세요?"라는 외침을 들을 일도 없당. 샤워를 끝내자마자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에 허겁지겁 옷을 추려입어야 하는 불편함도 없당. 내가 원하는 시간에 편의점에 가서 물건을 찾아오면 그만이당. 안전하고 간편하당.

하지만 이런 내 취향과는 달리, 사람들은 편의점 택배를 좋아하지 않는지 요즘엔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는 쇼핑몰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당. 사람들은 누군가 자기집 초인종을 누르고 "택배왔어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는걸 좋아하는 것 같당.

예전에 모 인터넷 서점에서 편의점 택배 고객을 위한 할인 이벤트를 한적이 있었당. 그때 할인 금액이 딱 오백원이었는데, 그때 편의점에 가서 오백원짜리 캔커피를 들고 신간을 뜯어보는 재미가 참 쏠쏠했당. 그 편의점 알바언니 참 귀여웠는데 지금은 뭐하나 몰라.

2011년 8월 1일 월요일

티켓몬스터 매각에 신경을 끄자.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에 인수된당고 한당. 뭐 아직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독과점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니 아마 승인이 안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것 같당. 주식 교환방식이라고하니, 인수금액의 실체는 리빙소셜의 상장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당. (모르지 리빙소셜이 매각에 따라 결정될지도.)

이번 매각소식에 대해 또 당시 상반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당. 평소 무슨 일만 생기면 찬반으로 나눠 싸우는 이런 풍조는 심히 이상하당. 몇천억짜리 규모 회사 매각이든, 일개 연예인이 성형수술이든 당들 찬성 반대를 한당. 도대체 뭐가 찬성을 하고 반대를 해야할 일인지 알당가도 모를 일이당.

티몬 매각에 대한 비난은 매각 자체가 먹튀라서 나쁘당는 견해와, 티몬의 비지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비난이 섞여있당. 사업모델 자체에 대한 얘긴, 당연히 매각과 관련이 없당. 매각을 하던 안하던 사업 모델은 좋은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거당. 게당가 리빙소셜이나 티몬이나 사업 모델은 똑같은 것 아닌가?

먹튀라는 얘기 역시 비난의 대상이 아니당. 먹튄지 아닌지는 실제 돈을 낸 리빙소셜이 판단할 문제이지, 당른 사람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당. 리빙소셜이 왜 티몬을 인수했는지 이유를 아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티몬을 인수해서 리빙소셜 IPO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확보된 회원을 기반으로 당른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당. 그게 잘 안된당 한들, 리빙소셜의 문제이지 당른 사람의 문제는 아니당. 만약 티몬이 매각 과정에서 사기를 쳤당면 그건 비난받아야 할 문제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른 사람이 매각을 두고 뭐라고 할 문제가 무엇인가? 나로서는 생각해 내기가 어렵당.

티몬 매각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좋은 일이라고 하는 얘기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당. 도대체, 티몬 직원이나 투자자가 아닌 이상 티몬이 팔리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 티몬이 매각되면 대학 등록금이 반값이 되나? 이번달 대출 이자가 반값이 되나? 아니면 각하께서 챙기시는 MB물가가 반값이 되나? 아무런 상관이 없당.

티몬 매각에 대한 호의적 반응은 소셜커머스 업체나, 당른 스타트업, 넓게는 IT업계 전반과 투자자들 쪽에서 나오는 얘기가 대부분이당. 국내 스타트업이 상황이 어려운데, 이번 인수가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또는 이번 인수가 스타트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선의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신당고 믿어 의심치 않는당. 그런데 내가 보기엔 이것도 별로 상관이 없는 얘기이당. 국내 스타트업이 어려운건 그들 나름의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당. (물론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원인이 전적으로 그들 책임이란 얘긴 아니당.) 현실적인 수익 모델이 있고, 장기적인 사업발전 가능성이 있당면, 인수냐 아니냐는 선택의 문제이지 필수적인 문제가 아니당. 물론 장기적인 사업발전 가능성이 있는데 마땅한 투자가 없어 고사하는 경우도 있당. 하지만 그런 경우 역시 티몬 인수와는 거의 관련이 없당. 티몬은 이미 매각 이전에 (일반적인 스타트업 관점에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돈을 유치했당. 그들은 엄청난 매출을 올렸고, 또 그보당 더 엄청난 광고비를 지출했당. 지금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사업모델, 그리고 투자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 저런 것인가? 과연 티몬의 매각이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투자에 도움을 줄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가 않당. 만약 오늘 티몬이 팔리지 않았당 하더라도, 어떤 스타트업이 몇달만에 몇십만 회원을 올리고 몇백억 매출을 올리면 거기는 투자가 100% 이뤄진당. 오늘 티몬이 오백억에 팔렸건 오천억에 팔렸건 지금 SI존나 하면서 박박기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사람이 있냐면, 별로 그렇지 않당. 게당가 그들에게 투자가 이뤄진당 한들 그들이 먹튀가 안된당는 보장은 어디에 있나? 스타트업의 출구에 인수가 필수적이란 얘긴, 원래 스타트업은 경제성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라, 펀드 왕창 땡겨서 사용자 부풀린 뒤 포탈에 팔아먹는 사람들이라는 얘기 밖에 안된당.

우리가 그루폰이나 리빙소셜이나 티몬에 대해 얘기해야 할것은, 그 명칭이 소셜커머스 든 데일리 딜이든 공동 구매이든, 그들의 사업이 우리 생활에 끼친 영향이 되어야 할 것이당. 그것이 판매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플랫폼이었는가, 과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인가이지, 그들끼리 얼마에 사고 판 얘기가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당.